미담과 악담, 그리고 괴담
김어준은 시대착오적 유훈정치를 재생산하는 걸어다니는 상조회사 구실을 해왔다. (TBS 뉴스공장 캡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최재형은 문재인 정부의 감사원장 출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신임 감사원장으로 지명할 당시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은 최재형을 미담 제조기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추켜올렸다.
그 미담 제조기가 감사원장직을 사퇴한 다음 제1야당 국민의힘에 전격적으로 입당해 선관위에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하고선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권 사람들이 최재형을 겨냥한 ‘악담 제조기’ 역할을 자임하는 괴담 아닌 괴담이 생겨났음은 물론이다.
필자는 최재형 예비후보의 대통령 출마선언문을 찬찬히 읽어봤다. 문재인 정권이 집권기간 내내 고집해온 국정운영 기조와는 철저히 정반대 방향을 지향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최재형이 자신의 철학과 정체성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문재인 정권의 감사원 수장에 발탁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를 배신자라 비난하는 정부여당 인사들의 주장에 별다른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연유이다. 이념과 노선의 기준에서 평가하면 그때나 지금이나 “최재형은 수미일관하게 최재형해왔을 뿐”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정책과 콘텐츠로는 극과 극일 최재형 예비후보와 문재인 정권 사이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천생연분의 관계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그것도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추종자들과 더불어민주당의 고정 지지층이 일제히 입을 모아 조롱하고 비난한 최재형의 가족사진을 통해서….
최재형 후보는 자신의 식구들이 명절에 모였을 때 국민의례를 진행하면서 애국가를 4절까지 완창했다고 자랑하며 언론에 이와 관련된 가족사진을 서슴없이 배포했다. 여당과 야당, 자칭 진보와 타칭 보수는 문제의 공개된 사진에 예상대로 호오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천양지차의 대조적 반응을 보였다. 한쪽에서는 과도하고 편협한 극우적 애국주의라고 비판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타의 모범이 될 만한 투철한 애국심의 발현이라고 칭송하는 양태였다.
나는 사진을 구경한 순간 최재형 예비후보가 만에 하나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문재인 정권의 정권재창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불현듯 들었다.
걸핏하면 전직 대통령들 무덤에 찾아가 추모와 계승을 다짐하는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의 모습이 최재형 씨의 거창하고 으리으리한 가족사진에 자연스럽게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우중충한 검은 양복 차려입고 떼를 지어 향불을 피우는 여당의 유명 국회의원들이나, 삼대가 모이는 지극히 개인적 성격의 자리에서마저 기를 쓰고 국민의례를 강행하며 애국가를 제창하는 최재형이나 21세기의 감각과 시대정신에 비추어 너무나 후지고 고리타분한 탓이었다.
다른 몸 같은 정신 김어준과 최재형
문재인 정권은 본질적으로 김어준 정권이기도 하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맹목적 충성을 바치는지, 아니면 문 대통령이 김어준의 교시에 고분고분 순종하는지 지금은 갑을과 상하와 주종이 도통 헷갈릴 지경이다.
허나 확실한 사실은 시대착오적 유훈정치에서 통치의 정당성을 찾아온 문재인-김어준 공동정권을 거치며 한국사회가 조선시대 뺨치는 숨 막힐 것 같은 고루하고 쓸데없는 봉건적인 엄숙주의에 함몰됨으로 말미암아 한때 세계인들의 찬사와 감탄을 자아낸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의 양대 견인차인 명랑함과 발랄함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부분이다.
국가의 기능과 시스템이 죽은 자가 산 자를 지배하고 압도하는 상조회사처럼 운영되는 그로테스크한 상황이 문재인 정권 등장 이래 수년 동안 이어지며 명랑함이 있어야 할 공간에는 경직된 각종 금기들이 주인 행세를 하고, 발랄함이 솟구쳐야 할 지점들에는 이런저런 교조적인 성역들이 턱하니 들어선 게 작금의 남한사회의 냉정하고 객관적인 현실이다.
딴지일보의 최초의 창간정신은 엽기발랄한 ‘명랑사회 구현’이었다. 딴지일보와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강준만 교수의 야심작 「인물과 사상」 시리즈는 성역과 금기의 타파를 모토이자 목표로 내걸었다. 그 결과는 처참할 만큼 역설적이다. 명랑사회를 발랄하게 창달하겠다고 공언하던 김어준이 오늘날의 한반도 남쪽 전체를 거대한 장례식장 분위기로 몰아가며 별의별 성역과 금기를 양산해낸 것이다.
성역과 금기가 횡행하는 나라와 사회에서 절대적으로 출현도, 존립도 불가능한 두 가지 중차대한 요소들이 있다. 하나는 상상력 가득한 창의성이고, 나머지 하나는 유연하고 진취적인 혁신의 열정이다. 창의와 혁신의 동기와 기운이 말살ㆍ결여되어도 그럭저럭 현상유지에는 성공하는 장소가 한 군데 있기는 하다. 때 되면 주기적으로 제사 지내는 게 하는 일의 전부인 종갓집이다.
최재형은 본인이 의식했든, 의식하지 못했든 간에 김어준 부류가 유포하고 확산시킨 꼰대 냄새 진동하는 구리고 구태스러운 엄숙주의를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최재형의 출마선언문에 담긴 나름 화려하게 준비했을 미래비전은 엄숙주의의 굴레와 사슬에 갇혀 한낱 허망한 말장난으로 전락해버렸다.
문재인 정권의 주력부대를 구성하는 내로남불의 무능하고 위선적인 운동권 출신의 부패한 586 기득권 세대는 남한 땅에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이루는 일은 불가능한 미몽에 지나지 않음을 완벽하게 증명했다.
정의로운 사회가 도저히 불가능하다면 인민대중이, 특히 청년들이 자유롭게 사고하고, 자유롭게 표현하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명랑사회라도 최소한 보장해줘야만 옳다. 김어준이 혼수상태에 빠뜨린 명랑사회의 꿈을 최재형은 최종적으로 확인사살할 기세다. “진보의 탈레반도 지긋지긋하지만, 보수의 탈레반도 싫다.” 김어준과 최재형만 모르는 눈치인 2021년 여름의 남조선 민심이다.
공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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