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는 공격형 혁신위원장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서 수비형 혁신위원장을 영입하는 악수를 두고 말았다. (이미지는 이래경 혁신위원장 철회 소동을 보도한 채널A 뉴스 화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야심 차게 꺼내든 ‘이래경 혁신위원장 카드’가 9시간 만에 철회되는 초유의 사태가 며칠 전에 빚어졌다. 이재명 대표가 혁신위원회의 수장으로 낙점한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과거에 했었던 몇 가지 발언들이 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키면서 임명을 취소하라는 요구가 민주당 안팎에서 거세게 빗발쳤기 때문이다.
나는 이래경 이사장에 대한 자세하고 구체적인 인물평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간략한 소감을 피력하자면 이래경은 말과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앞에서는 과격하고 급진적인 언사를 일삼으면서도 뒤에서는 자본주의적 재테크에 몰두해온 내로라하는 진보진영 인사들과는 달리 본인이 소유한 재산의 대부분을 기부 형식으로 사회에 환원해왔다고 한다. 한마디로, 우파처럼 벌어서 좌파처럼 써온 셈이다.
반면, 그는 지금의 시대 조류와는 걸맞지 않은 이념과 견해를 빈번히 표출해왔다. 국민의힘을 무조건 지지하는 골수 보수층에게는 이래경이 나쁜 사람으로 여겨지겠으나, 관료화되고 기득권화된 거대 양당 모두에 부정적인 중도층 유권자에게는 이래경 이사장이 옛날 사람으로 생각되는 까닭이다.
혁신은 옛것을 새롭게 경신함을 목표하기 마련이다. 필자는 이재명이 더불어민주당 구석구석에 집요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낡은 문화와 시대착오적 관행들을 제거ㆍ혁파하려는 목적으로 혁신위원회를 꾸리려 한다고 믿고 싶다. 따라서 과감하고 전면적인 혁신작업을 주도적으로 견인할 적임자로는 좋은 사람은 되지 못할지언정 최소한 요즘 사람은 되는 인물이 발탁돼야만 합당할 터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야당 지지층에게는 좋은 사람이고, 여당 지지층에게는 나쁜 사람이며, 무당층 유권자들에게는 옛날 사람인 인물을 비대위원장에 인선했다. 이러한 결정은 이재명에게는 가뜩이나 취약한 권위와 지도력에 상처를, 이래경에게는 고심 끝에 출사한 제도정치권에 관한 씁쓸한 기억을 각각 남기는 것으로 결국 마무리되고 말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당이 왜 혁신에 나서는지 그 본질적 이유를 묻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일반 대중에게는 정당에 몸담은 정당원들이 생산적 노동과는 담을 쌓은 채 하루종일 어영부영하며 밥이나 축내는 이른바 정치건달들의 무리로 인식되기 쉽다. 실상은 판이하다. 정당에 소속된 직업정치인들은 그 누구보다도 아침 일찍 일어나 가장 늦게 귀가한다. 그 과정에서 웬만한 월급쟁이와 자영업자 못잖은 노동량을 소화해낸다. 여유롭고 한가한 군상들이 아니다.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쓰기 일쑤인 정당의 구성원들이 귀찮고 번거로운 혁신을 추진하는 동기는 간단하다. 더 많은 지지를 받아 다음번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함이고, 더 많은 지지를 받아 다가오는 선거에서 이기려면 지지층의 범위를 넓히는 방법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이재명의 이래경 혁신위원장 카드가 출항도 하기 전에 좌초한 까닭은 이제 명확해진다. 이재명이 지지층의 범위를 확장하는 선택을 외면한 탓이다.
이래경 이사장이 이재명 대표와 긴밀하게 조율해 어떠한 방향으로 당의 혁신을 실행했을지 우리는 그간의 상황을 짐작해 추측할 수밖에 없다. 그가 기존에 했었던 얘기와 품어온 신념을 다각도로 고려하면 이래경표 혁신위는 당의 외연을 확장하는 일보다는 종전의 지지층을 더욱더 단단히 결속시키는 작업에 우선순위를 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길을 내는 대신 성을 쌓는 데 당력을 투입했으리라는 뜻이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는 격언이 있다. 정치에서의 공격은 지지층을 확장해 지지자들을 증가시키는 일이다. 용산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재명의 민주당을 지나치게 거칠고 공격적이라고 비판해왔다. 필자는 이 비판에 절대 동의할 수가 없다. 이재명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은 지지층의 규모를 확대해 지지자의 숫자를 늘리려는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시도를 감행해본 적이 거의 없는 연유에서이다.
수비는 아무리 거칠어도 수비일 뿐이다. 이재명의 문제는 그가 현존하는 지지기반을 유지하는 방어적 정치기동에만 전력을 기울일 따름이지, 새로운 지지층을 물색하고 개척하는 활동에는 지극히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이재명이 화려한 공격정치의 달인으로 오해받는 착시현상은 그가 전진패스가 아닌 백패스를 아주 날카롭게 하는 데서 비롯돼왔다. 상대방 문전이 아니라 자기편 골대를 향해서 킬패스를 날리는 이재명식 플레이에 그의 열성 지지층은 뜨거운 환호를 보내지만, 지지층이 아닌 경우에는 당연히 고개를 갸우뚱하는 법이다.
현대 한국정치에서 단연 공세적으로 정치를 했던 인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대통령 직선제 아래 치러진 1987년의 제13대 대선에 직접 출마한 때를 기점으로 2002년의 제16대 대선에서 영남후보 노무현을 내세워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 시기에 이르기까지 김대중은 쉬지 않고 지지층을 넓히며 민주당의 지지자를 늘려갔다. 그는 부드럽고 유연하게 경기를 풀어갔으되 언제나 전진패스에 방점을 두었다. 플레이는 거칠고 사납되 자신의 진영에서 공만 돌리는 이재명과는 선명하게 대비되는 광경이다.
이재명이 살길은 공격에 있다. 윤석열 정권과 격렬하게 대립한다고 하여 효과적 공격이 되는 게 아니다. 그를 지지하지 않는 국민마저 이재명을 지지하도록 만들어나가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공격이다. 그러한 공격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려면 이재명 스스로는 물론이고 그가 후임으로 영입할 혁신위원장 역시 ‘요즘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세상은 좋은 사람이 나쁜 사람을 이기는 시대에서, 요즘 사람이 옛날 사람에게 승리하는 시대로 완연히 바뀌었다. 이재명이 나쁜 사람에서 좋은 사람으로 괄목상대했다는 소리를 듣긴 어렵다. 그렇지만 옛날 사람에서 요즘 사름으로 환골탈태했단 평가를 받기는 불가능하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을 꽉 채우고 있는 옛날 사람들이 좀처럼 인정하려 들지 않는 요즘의 불편한 진실이다.
공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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