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이 지폐를 이겼다
김남국 사태는 레닌의 가르침에 여전히 충성하는 여당과 야당의 86 세대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악용되고 있다. 이미지는 진보진영 86들과 보수세력 86들 모두의 영혼의 아버지로 변함없이 군림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레닌의 대표적 저서인 「무엇을 할 것인가」의 책표지김남국 사태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이론상으론 윤석열 정권과 집권당인 국민의힘이어야만 한다. 최근에 발표된 여러 가지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에서는 두드러진 상승세가 아직은 감지되지 않는다. 김남국 의원의 소속 정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이탈한 지지율이 부동층으로 남으면 남았지, 여권으로 이동하지는 않은 모양새이다.
김남국 의원의 과도하고 미심쩍은 암호화폐 거래에서 비롯된 소동과 분란의 진정한 수혜자를 찾으려면 정당과 정파의 잣대를 과감히 버려야만 한다. 그 대신 세대론의 관점에서 상황을 파악하려 시도하는 유연하고 신축적인 접근법이 상대적으로 바람직하다.
김남국 사태는 단기적으로는 이재명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에 적잖은 타격을 가할 걸로 예상된다.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김남국 역시 그 구성원일 수 있는 현재의 청년세대에게 지속적인 정치사회적 출혈을 강요할 것으로 필자는 우려스럽게 예견하고 있다.
왜냐? “늙으나 젊으나 알고 보면 다 똑같다”는 냉소적 허무주의를 일반대중 사이에 만연시킬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치권을 필두로 우리 사회 모든 분야의 세대교체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민심의 김을 빼놓기에 안성맞춤의 소재가 다름 아닌 김남국 사태라 하겠다.
김남국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의 더불어민주당은 2021년 전당대회 무렵 발생한 돈봉투 사건으로 시끌시끌했다.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현금 뭉치가 오간 일은 지난 10여 년간 민주당 계열 정당의 사활적 과제였던 86 세대 퇴진론을 다시 들불처럼 점화시킬 기세였다. 돈봉투 사건의 주역들의 대부분이 86 세대로 분류될 수 있는 인물들인 탓이었다.
김남국 사태는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한물간 식상한 주제로 일거에 만드는 놀라운 괴력을 발휘했다. 김남국의 코인 앞에선 황금빛 감도는 5만 원권 지폐 다발마저 한없이 초라해지는 형국이었다.
김남국 의원의 개인적 거취가 어떠한 방향으로 정리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전체적 진로는 대략적이나마 윤곽을 유추할 수가 있다. 세대교체가 당을 수습하고 혁신하는 작업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하지는 않으리라는 점이다. 김남국은 결과적으로 본인이 소유한 재산이 아니라 86 세대의 가뜩이나 질기디질긴 정치생명만 주로 늘려준 셈이 되고 말았다.
86 세대의 여야를 초월한 절묘한 공생관계
유명한 「손자병법」을 저술한 고대 중국의 군사사상가 손무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전쟁터에서 무적임을 강조했다. 지금의 우리나라 2030 세대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의 정신에 입각해 86 세대의 실체와 본질을 이해ㆍ통찰하려면 당연히 읽어야 할 책이 한 권 있다. 러시아의 혁명가이자 소련의 국부인 블라디미르 레닌이 해외망명객 시절 집필했던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영어 제목이 「What is to be done?」인 이 책은 사실은 난해하고 전문적인 이념 서적이 아니다. 체계적 조직론이나 과학적 전략론에 관한 저작물도 아니다. 직업적 혁명가가 사회변혁을 위한 투쟁에 나서며 일관되게 견지해야만 할 태도를 다룬 책이다. 레닌은 그의 제자 겸 추종자 겸 행동대원이었던 후배 볼셰비키들의 머릿속에다 아래의 세 가지 삶의 자세를 자신의 책을 통해서 반복적이고 중점적으로 주입ㆍ숙지시켰다.
① 사과도, 반성도 하지 마라.
② 타협도, 양보도 하지 마라.
③ 잘못된 건 모두 남 탓이다.
문제는 레닌이 제시한 당돌하고 뻔뻔스러운 행동강령이 수록된 이 책이 1980년대 운동권 학생들이 인생을 살며 난생처음으로 읽어본 도덕책이자 윤리교과서였다는 데 있다.
더 큰 문제는 스무 살 무렵의 질풍노도하는 미성숙한 나이에 레닌식의 과격하고 비뚤어진 도덕률과 윤리의식을 뼛속 깊이 새긴 군상들이 나중에 대한민국 곳곳에서 주류로 성장하고 성공해 바야흐로 환갑을 맞이하고 있다는 대목에 있다. 그들 가운데 이제 후배세대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2선으로 물러나야겠다고 결심한 사람은 실질적으로 전무하다시피 하다. 레닌의 사전에 ‘자발적 용퇴’는 없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필자를 조갑제 월간조선 전 사장 유형의 시대착오적 좌파 사냥꾼으로 여길지도 모르겠다. 허나 꼭 소설과 영화와 드라마에만 반전이 있으라는 법이 있는가? 정치칼럼에도 회심의 반전은 존재할 수 있다.
레닌은 사상가나 철학자가 아니었다. 그는 본디 ‘행동하는 정치컨설턴트’였다. 나는 위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다. 레닌은 이념이 아닌 태도와 자세, 즉 인성(Mentality)을 취급했다고.
사람은 이념은 단박에 바꿀 수 있어도, 인성은 쉽게 바꾸지 못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심복인 윤핵관들을 총동원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잔인하게 숙청한 일을 계기로 윤석열 정권을 지탱하는 기본값은 발랄하고 창의적인 실용주의로부터 음습하고 퇴영적인 뉴라이트 사조로 대체되었다.
이 음습하고 퇴영적인 뉴라이트 유전자를 윤석열 정권에 공급하고 이식시킨 인사들의 대다수는 전직 운동권 출신들이다. 그들은 이념적으로는 진보좌파에서 보수우파로의 전향을 감행했으되 인성의 측면에서는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를 읽고서 엄청난 충격과 감화를 받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던 바로 그때와 하등의 변화가 없음은 물론이다.
진보좌파에서 보수우파로 옷을 갈아입은 인간들이 집요하게 조언하고 훈수하는 내용을 윤석열은 집권 첫해 동안 착실하게 실천해왔다. 작금에 남한민중이 생생하게 목도하는 사과도 하지 않고 반성도 하지 않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윤석열은, 타협도 하지 않고 양보도 하지 않는 고집불통 윤석열은, 잘못된 건 전부 남들 탓으로 떠넘기는 무책임하고 후안무치한 윤석열은 겉으로는 레닌주의를 부정했으되 속으로는 여전히 소비에트 러시아의 창건자를 맹신하고 있는, 과거 운동권에서 맹활약했던 각종 뉴라이트들의 작품이리라.
그러므로 김남국 사태는 민주당의 86 세대에게만 즐겁고 행복한 호재가 아니다. 윤석열 정권으로 ‘소속처’를 옮긴 또 다른 구태 86 세대들에게도 오랜 가뭄 끝의 단비와 같은 기쁘고 감사한 희소식이다. 세대교체의 거세 바람을 차단시켜주는 최적의 방풍림 역할을 김남국 사태가 얼떨결에 수행하는 덕분이다.
김남국 사태의 광풍이 휘몰아치는 이때 생물학적 기준에서 86 세대에 속하는 나는 무엇을 할 것인지 자문해봤다. 그리고 답변은 언제나 한결같음을 재확인했다.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진보와 보수를 불문하고 기득권 86 세대를 역사의 뒤안길로 밀어내는 신속하고 광범위한 세대교체에 힘을 보태자는 것이었다. 세상이 넓든, 좁든 마땅히 먼저 해야 할 일은 있다.
공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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