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라 경공의 위대한 간보기
탈북자 태영호를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시대의 양심으로 찬양한 바로 그 세력이 지금은 윤석열 정권 보위를 목적으로 여당 정치인 태영호를 믿을 수 없는 거짓말쟁이로 음해하고 있다. 이미지는 태영호 의원이 써낸 책인 「3층 서기실의 암호」의 표지공자는 현대적 시각에서 평가하면 정치지망생과 정치컨설턴트 사이에 어정쩡하게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그는 직업정치인이 되기에는 머릿속이 지나치게 복잡했다. 정치컨설턴트로 일하기에는 스스로 정치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과도하게 강했다.
제나라 경공도 공자에 관해 필자와 비슷한 인물평을 내렸던 모양이다. 경공이 생각하기에 공자는 컨설턴트로 채용하기엔 권력의지가 과잉인 사람이었다. 가신으로 발탁하기엔 짜증날 만큼 만사를 꼬치꼬치 따지는 유형의 성격이었다. 경공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공자를 상대로 늘 간만 보기 일쑤였고, 경공이 공자를 간보기하는 과정에서 세계정치사에 우뚝 남을 불후의 문답이 우연히 탄생했다.
경공 : 만약 선생께서 정치를 한다면 제일 먼저 어떤 일을 하실 작정입니까?
공자 : 저는 이름을 바로잡는 데 먼저 힘쓰겠습니다.
경공 :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공자 : 말과 현실이 일치하게끔 하겠다는 뜻입니다.
동양철학 전공자가 아닌 내가 논어에 언급된 내용을 임의로 각색해 소개한 경공과 공자 간의 담화는 이후 ‘정명(正名) 사상’으로 우러름 받으며 수천 년을 이어져 내려왔다.
정명 사상을 여의도 정치권식 용어로 표현하면 프레임 이론(Frame Theory)이 된다. 특정한 현상과 사건에 어떠한 명칭을 붙이느냐에 따라서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하기도 하고, 그 반대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누명을 뒤집어쓰기도 한다.
일례로 5공 시절 발생한 저 악명 높은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은 한동안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의 이름을 중심으로 상황을 규정함으로써 군부독재정권이 현재는 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여대생에게 저지른 잔혹한 성폭력의 야만성과 패륜성을 교묘하게 희석시키는 효과를 은연중 발휘했었다.
이름을 의도적으로 그릇되게 부르는 오명(誤名) 전략을 지능적으로 구사해 가해자를 피해자로 능글맞게 바꿔치기하는 작태는 부천서 성고문 사건이 세상에 폭로된 지 30년 가까이 경과한 지금도 태연히 자행되고 있다. 그때와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가해자와 피해자로 각각 추정되는 주역들의 격(?)이 훨씬 더 높아졌다는 점이다.
가해자의 위치에는 지방경찰서의 형사 대신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용산 대통령실의 현직 정무수석비서관으로 근무 중인 차관급 인사가 들어섰다. 피해자로 나중에 역사에 기록될지도 모를 자리에는 평범한 여대생이 더는 있지 않다. 북한 출신의 현역 국회의원이자 집권여당의 최고위원이 등장해 있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부천서 사건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거물급들 일색이다.
본래는 ‘이진복 사태’로 칭해져야 올바를 이 사건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태영호 사태’로 언죽번죽 불리고 있다. ‘이진복 사태’가 ‘태영호 사태’로 슬그머니 뒤바뀌며 사건의 본질마저 어느새 어영부영 덩달아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사람이 정신이 번쩍 들 경우는
태영호 의원은 MBC 뉴스를 통해 보도된 의원회관 보좌진과의 생생한 육성대화가 저장된 녹음파일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우리는 부드럽고 온건한 어조의 부탁과 당부를 받을 때 정신이 번쩍 들지 않는다. 거센 질책과 서늘한 경고를 들을 경우 정신이 번쩍 들기 마련이다. 이진복 정무수석과 태영호 의원이 만났던 순간의 분위기가 대략 어땠을지 뚜렷이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 당무에 시시콜콜히 관여해왔음은 이제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년의 유죄판결을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선고받도록 이끈 불법적 행동들을 윤 대통령이 뭔 자신감으로 고스란히 되풀이하는지 평범한 일반 국민들은 알지 못한다. 윤석열의 당무개입은 추상적이고 수사(修辭)적이었던 박근혜의 공천개입과 견주어 몇 배는 더 구체적이고 실천적이다. 이쯤 되면 그야말로 막가자는 게 윤석열표 당무개입인 셈이다.
이진복 수석이 순전히 개인적 판단 아래 태영호 의원과의 면담석상에서 공천을 무기로 대통령의 굴욕적 외교정책을 무조건 옹호할 것을 채근하고 종용했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만기친람의 정신으로 만사에 깨알같이 참견해야 직성이 풀리는 윤 대통령의 성정을 감안할 때 이진복과 태영호의 독대를 윤석열이 사후에라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한마디로 소가 웃을 일이다.
태영호 의원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태영호는 독립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신분이라는 사실이다. 독립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행정부의 최고위 정무직 공무원이 겁박한다면 이는 단지 입법권 침해 차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두환의 신군부 무리가 최규하 전 대통령에게 하야를 압박한 데 비견될 쿠데타적 소행이다.
공직선거법을 드러내놓고 위반해온 윤석열의 당무개입 행위도, 용산 대통령실의 입법부 침탈 시도도 ‘이진복 사태’로 명명돼야 마땅할 사건이 ‘태영호 사태’로 탈바꿈하며 모조리 종적이 묘연해졌다.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은 태영호 의원을 상습적 거짓말쟁이나 또는 정신이 이상한 사람쯤으로 몰아감으로써 이번 사태를 조기에 서둘러 매듭지으려는 의도와 기색이 역력하다. 여권의 수습책은 사태의 원인과 핵심이 태영호 의원의 부정직함과 보좌진에 대한 갑질에 있는 것처럼 몰아가려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의 일제 지원사격 덕분에 어느 정도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3층 서기실의 암호」는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귀순한 전직 외교관 태영호를 우리 사회의 내로라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준 책이다. 이 책을 북한 사회의 비참한 실상을 정직하게 증언하고, 김정은 정권의 부끄러운 치부를 통렬하게 폭로한 당대의 대표적 역작으로 열심히 띄워준 세력이 현재는 태영호를 사기꾼의 틀에 가두려는 여론몰이 작업에 앞장서고 있다. 윤석열 정권과 그 지지층의 다급함과 자가당착이 이참에 제대로 드러났다고 하겠다.
잠시 흥하려면 거짓을 말하고, 오래 성공하려면 진실을 이야기해야만 한다. 「3층 서기실의 암호」 속에 진실이 도사리고 있다면, 문화방송이 공개한 녹음파일 안에도 진실은 담겨 있다. 만약에 녹음파일 속 육성이 거짓이면, 책에 실린 절절한 필설도 결국에는 거짓이리라.
책 한 권을 통째로 새빨간 거짓말로만 채우기는 불가능한 노릇이다. 나는 베스트셀러 저자 태영호의 정직성과 집권당 최고위원 태영호의 정직성 간에는 그리 큰 낙차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이진복 정무수석으로부터 내년 22대 총선 공천과 관련해 정신이 번쩍 나는 소리를 들었다는 태영호의 얘기 안에 용산 대통령실이 잠깐은 감출 수 있어도, 영원히 숨길 수는 없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진실이 들어 있을 것이라고 필자가 확신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나는 태영호를 여전히 사태의 중앙에 두려고 애쓰는 이들을 향해 이렇게 일갈하련다.
“바보야, 문제는 이진복이야!”
공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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