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삭발의 숨은 특이점
청와대는 삭발을 예의를 갖춰 만류했고, 황교안 대표는 청와대의 만류를 정중하게 뿌리쳤다. (사진 김한주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전격적 삭발에 나는 세 번 놀랐다. 첫 번째는 실제로 머리를 밀었다는 데 놀랐고, 두 번째는 그가 상당한 미남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일각에서는 그의 모발이 가발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하는데, 진짜 머리카락이 아니었으면 황교안 대표가 삭발의 ‘ㅅ’자도 꺼내지 않았을 것이란 점에서 이건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고 하겠다.
첫 번째 경악과 두 번째 충격은 다수의 정치인들과 많은 국민들이 함께한 놀라움이다. 그렇다면 세 번째로 놀란 대목은 무엇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공학적 계산 차원에서가 아니라 인간적 측은지심의 맥락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삭발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으로 보였던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제1야당 수장의 초유의 삭발 사태가 빚어올지도 모를 정치적 후폭풍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이 아닌, 인간 황교안이 삭발 때문에 겪을 수 있는 놀림과 조롱에 관한 걱정과 연민의 감정에서 황 대표의 삭발을 만류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상황이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이 규정한 ‘청와대 정부’ 현상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로 더욱더 발호해왔다. 청와대가 정권의 총사령탑(Control Tower)의 위상과 기능을 뛰어넘어 하나의 독자적 정당처럼 행위해온 이유에서였다. 그로 말미암아 종전에는 극히 예외적 경우에 해당했던 청와대 참모들과 야당 정치인들 사이의 거칠고 격렬한 설전이 이제는 특별한 사태가 아닌 지경이 돼버렸다.
청와대의 예의, 황교안의 정중함
황교안 대표의 삭발을 다룬 다양한 매체들의 여러 가지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현재 매우 특이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바로 ‘예의’와 ‘정중함’이다.
이해찬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은 물론이고 집권여당의 비루한 딸랑이 노릇을 볼썽사납게 자임하는 정의당은 황교안의 삭발을 향하여 평상시 북한의 말폭탄 못잖은 막말과 험구를 인정사정없이 퍼부어댔다. 평소 같았으면 정권반대 세력을 겨냥한 비난과 공격의 선봉에 섰을 청와대는 이상하리만큼 완전히 차별화된 자세를 띠었다. 시종일관 신중함과 절제력을 발휘하며 황교안 대표에게 예의를 갖추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를테면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과 황교안 대표 사이에서 메신저 겸 핫라인 구실을 민첩하고 부지런히 수행하며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오해와 충돌을 막고자 동분서주했다. 화끈한 싸움닭이자 욕쟁이 독설가 강기정의 여느 때 면모는 온데간데없었다.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삭발 투쟁 중지 요청을 거부했다. 그런데 단호하게 거부한 것이 아니라 아주 정중하게 거절했다는 지점이 대단히 이채로웠다. 필자처럼 제3자들 입장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중장년 남성들 간의 은근하고 아름다운 동지애를 가리키는 브로맨스에 빠진 것은 아닌지 몹시 의아할 지경이었다.
현직 대통령과 제1야당 당수가 이른바 썸을 타는 광경은 대승적 견지에서 바라보자면 국민과 나라를 위해 좋았으면 좋았지 결코 나쁜 일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황교안 대표는 사적인 측면에서는 굉장히 중요하고 본질적인 공통분모가 있다. 양자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들이 독점적으로 쥐락펴락하는 남한사회의 법조계에서 소위 잡대를 졸업했다. 문 대통령이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고, 황 대표가 공안검사로 진로를 선택했을지언정 두 사람이 법률가로 생활하며 공유해왔을 설움과 애환은 이념과 노선의 차이를 너끈히 메우고도 남는다. 더욱이 문재인과 황교안 전부 본래 흙수저였다. 문 대통령의 부친은 사업이 실패한 다음 실의의 나날을 보내다 삶을 마감했고, 황 대표의 아버지는 자식이 보기에 남부끄러운 직업이기 마련일 고물상이었다.
문재인과 황교안의 오묘하고 화기애애한 썸 타기, 나쁘지만은 않다
황교안 대표는 외모로 이득을 본다는 점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을 닮았다. 이미지는 인터넷 합성물의 하나.
우리가 특별히 의미심장하게 주목할 사항은 황교안 대표는 한직으로 밀려났거나 또는 아예 검찰조직에서 옷을 벗어야만 했던 다른 정통 공안검사들과는 달리 참여정부 아래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했다는 데 있다. 황교안이 박근혜 정권의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통합진보당을 강제로 해산시킨 사건은 문재인이 나중에 대통령으로 취임해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큰 짐을 덜어주는 모양새가 되었다.
필자는 두 인물이 의도적으로 짜고 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해 정국을 운영하고 있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과 황교안 대표의 개인적 수준의 암묵적 형태의 브로맨스 관계가 국민의 전반적 복지와 국가의 총체적 이익을 두루 증진시키는 공개적 협치 단계로 발전한다면, 맹목적 진영논리와 막가파식의 편 가르기로 인해 한없이 추락해가는 대한민국의 국격과 미래에 작지만 긍정적인 반전의 계기가 생겨날 것으로는 믿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악의 결정적 패착이자 치명적 패륜은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철저하게 배신했다는 사실에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이명박이 청계천 복원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흔쾌히 공사를 재가해주었다. 그럼에도 MB는 결초보은을 하기는커녕 도리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표적으로 삼은 대대적 검찰수사를 배은망덕하게도 지시함으로써 은혜를 원수로 비열하게 갚고 말았다.
나는 황교안 대표가 정권을 잡을지 여부를 정확히 예측할 역량과 안목이 아직까지는 없다. 황교안 본인도 자기가 청와대 입성의 꿈을 이룰지는 장담하지도, 확신하지도 못할 게다. 정권 창출은 인력만으로는 성취되는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허나 의리를 지키는 일은 사람의 힘이 미치는 영역에 속한다. 문 대통령은 황교안 대표의 안위와 체면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태도를 취했다. 그렇다면 황 대표 역시 당장의 정파와 당적은 달리할지언정 문재인 대통령에게 의리를 지켜야만 한다. 퇴임 후의 문 대통령에게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정식으로 선언해야만 하는 것이다.
배신은 배신을 낳고, 복수는 복수를 부르는 법이다. 진영을 같이하는 인간들 간의 선의와 베풂은 진정한 선의와 베풂이 아니다. 단지 일상적인 주고받기일 따름이다. 편이 다른 인사들에게 신의를 지키고, 인격을 존중해주는 행동이 참다운 의리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다.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의리를 그 어떤 조건에서도 끝까지 지킬 것임을 명확히 천명해야만 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황교안 자신의 집권을 위해서 말이다.
공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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